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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H대에 다니는 친구를 만났다.
스물일곱에 일찌감치 취업한 나를 부러워한다.
이번 취업 시즌에 열댓 군데는 쓴 것 같다며,
우리나라에서 좋은 대학이라는 곳에서 경영학과까지 나왔는데
뭐가 이리 바늘구멍인지 모르겠단다.
점심 한 끼, 커피 한 잔 하곤 전철역에 가는 길에
문득 녀석이 말문을 연다.
'야아, 그건 그렇고 대학생 취준생들한테는 고파스만 한 곳이 없더라.'
'아아, 그 고려대 커뮤니티?'
'그래. 취업시즌에는 하루에만 대여섯 페이지 글이 올라오는데, 어떤 기업이든 현직자 얘기부터 면접 후기까지 없는 게 없더라. 웬만한 취뽀 이런데보다 나아.'
아래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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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파스를 들어가본 적 없던 나였기에,
H대생인 이 녀석이 쓴다니 그런 정보게시판은 전체공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취업게시판은 전체 공개라서 볼 수 있는 거야?'
'아니 당연히 아니지 ㅋㅋㅋ 고대생 친구 아이디 빌린 거야.'
'아... 그렇구만. 그럼 눈팅만?'
'에이.. 눈팅만 할 수 있나.. 읽다 보면 댓글도 달고 가끔 글도 쓰지. 은근 재미있어 ㅋㅋ 아마 내가 그 고대생 주인인 애보다 많이 할 거다. 게시판 이용자 중에 1/3은 그렇게 빌린 사람일걸? 내 주위만 해도 몇 명인데.'
'고파스는 인증 같은 거 안해?'
'하지 ㅋㅋㅋ 무슨 진짜호랭이 인증인가 ㅋㅋ 네이밍도 웃기지. 그런 인증시즌에는, 친구 밥 한 끼 사주면서 부탁한다고 한 마디 하면 되더라구.'
'아.. 그럼 서울대 스누라이프도 써봤어?'
'응 ㅎㅎ 고딩 때 동창 애한테 부탁해서 몇 번 들어가봤는데, 스누라이프 취게는 고파스보단 정보량이 적더라. ㅎㅎ 가끔 들어가긴 하지.'
'그렇구만... 근데 그거 학교 학생들만 위한 사이트긴 한데..ㅎㅎ 쓰면 안 되..지 않냐'
'에이, 설마 ㅋㅋ 무슨 훌리건 짓 하는 것도 아니고 정보만 보고, 나도 내 생각만 쓰는 건데? 인터넷 게시판이 다 그런 거지 뭐. 정작 H대 커뮤니티는 영 아니어서 쓸 수도 없어.'
비도덕적인, 규칙을 어기는 짓을 하면서도 당당한 그 녀석,
당연한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우물쭈물하는 내 모습이 대비되며 참 내가 병신 같다는 생각을 했다.
타인의 아이디를 빌려, 다른 학교 학부생을 위한 비공개 커뮤니티를 이용한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그리고 어떠한 거리낌이나 일말의 망설임, 죄책감도 없이 하는 이 친구를 보며 대체 그 서울대생 학우가 누구냐, 그건 인증취소 감이라고 더 묻고 싶었지만 관두었다.
이렇게 '정보만 보러 기웃거리며' 오는 친구가 수십, 수백은 될 터인데 하나하나 어찌 잡으랴.
잡아서 인증취소하면 다른 동창 꼬셔서 또 하나 빌리겠지.
그리고 '먹고 살기 위해' 이런 작은 부도덕 쯤은 눈 감아주는 세상 아니더냐.
그래, 부디 취업 꼭 붙기를 바란다, 는 한 마디를 남기고 우리는 등을 돌려 헤어졌다.
자기소개서, 그리고 면접에서 이러한 작은 부도덕은 드러나지도 않고, 아니 드러난다 해도 그 누가 눈 하나 깜짝할까.
씁쓸해졌다.
박징역, 최드모트, 최머천트, 최비네트
추천 32 비추 1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6-10 03: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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