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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4
익명
2011-11-27 22:45:44
적당히 하고 말랬는데 글 길게 쓰게 되네요. 잘 읽어보시면 제 글은 경찰서장 때린 게 잘했다고 옹호하려는 게 아니었습니다. 근데 제 글 밑으로 달린 댓글들 보시면 전부 그런 내용이죠.
제가 말하고자 했던 문제의 본질이 이겁니다. 제가 첫 리플에서 하고자 한 얘기는 ‘싸잡아 욕하게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걸 조심해야한다’였습니다. 폭력사태에 주목하는 소위 보수언론들의 행태가 그러하니까요. 그런데 댓글 타고 내려가다보면 저는 경찰을 두드려 팬 폭력집단을 옹호하고 있네요. 폭력을 쉴드 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제 애초의 의도와 무관하게요.
이런 일이 왜 생기냐면, ‘폭력 사건’에 대한 해석이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있고, 시위의 정당성 자체를 재단하기 때문입니다. 시위 자체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은 침소봉대하여 폭력 자체를 가지고 시위대를 폄하할 것이고, 저처럼 시위를 정당하다 보는 사람들은 ‘1.그정도 폭력 날수도 있는거 아니냐, 혹은 2.있어서는 안될 일이고 폭력은 나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빌미를 제공한 경찰 측의 책임도 있다 혹은 3.폭력은 배격해야함이 옳으나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는 시위현장에서의 일부 돌출행동이 시위 자체의 정당성을 훼손하지는 않는다’ 등등 이라고 할 겁니다. 저는 2,3번쯤 되겠네요. 그런데 이런 주장이 단순히 ‘폭력 쉴드’로 일관되게 해석되는 것은... 그게 싸잡아 공격하기 가장 쉬운 포인트이기 떄문입니다. 졸라 상식이 없어보이거든요.
어중이떠중이 모인 시위대에서 예상하지 못한 돌출행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충분히 예측가능한 일입니다. 더군다나 목적과 조직형태를 뚜렷이 갖춘 운동조직이 아니라면 폭력성이나 과격성이 심해질 가능성은 언제나 상존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징적으로 드러난 이런 사건에만 주목해서 보도하는 언론 행태는 FTA시위 자체에 똥칠을 합니다. 준법의식도 없는 ‘상식없는’ 인간들이 저 패거리로 모여서 저런 짓을 한다고. (그게 정말 그렇게 몰지각한 일이라면 그런 숫자로 사람들이 모이지도 않죠.)
논리에 따라 생각을 정립하기보다, 생각을 정해놓고 논리를 거기에 맞추려다 보니 오해가 발생하는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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