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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익명
2017-09-10 04:56:09
관련 전공자이지만 베플이 전하는 메시지에서 주의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댓글 답니다.
최재천 선생님 통섭 강의를 들은적이 있어요. 학교 엘포관에서 했었는데 마지막에 어떤 여학생이 질문을 했었어요. '그렇게 유전을 공부하시면 환원론적인 결과에 허무주의에 닿지 않을까 하는 경각심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당시엔 크게 이해를 못했는데 곱씹을수록 와닿네요. 그때 선생님은 좀 더 공부하시면, 좀 더 알면 그렇지 않아요 라는 답변을 하셨습니다.
생물학에서 말하는 유전이란 어떤 단백질이나 RNA가 특정 형태로 발현이 된다 까지로 생각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 그게 발현이 되게 하는 조건도, 발현이 얼마나 유의미한 차이를 만드는지도 중요한데 그런것 까지 모두 정해진 건 아니구요. 후생유전학(epigenetics)라는 꽤 유망한 분야가 있는데 유전자에 ATGC 염기서열 외에 수정/기록되는 정보가 유전현상에 관여할 수 있다는 연구 분야예요. 다시 말해서, 부모의 환경이나 행동으로 결정된 인자가 유전될 수 있다는 의미이구요.
생물학에서 '조건', 즉 환경은 정말정말 중요한 발현의 결정요소이고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약도, 조건의 차이도 연구할 필요가 없겠죠?
귓불이나 피부색은 꽤 명확한 유전형질이지만 성격, 학습능력, 심리 등 삶의 여러 요소는 노력과 환경으로 상당히 변화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고파스에서 유전에 대한 평가를 노력 무용론으로 치환하는 의견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노오오력에 대해 반발심리가 있어서겠지만요ㅋㅋ조금은 비관적이 될까봐 조심스럽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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