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대학원교수 의회실에서는 총학생회와 교수의회가 참석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고려중앙학원 재단이 적립금을 가지고 위험자산이라 불리는 ELS, ELT에 투자한 것도 모자라, 50%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에 대해 진상 파악을 요구하는 질문들이 잇따랐다. 총학생회가 재단의 적립금 투자 사태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한지 한 달이 되어간다. 재단에서는 아직까지도 명확한 의혹 해명을 회피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피해자인 대다수의 학우들은 복잡한 경제 용어로 인해 ELS, ELT 투자 상품의 위험성과 재단의 적립금 투자 과정상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기획기사에서는 경상학부 경영대학 박정욱 교수의 설명을 곁들인 ELS, ELT에 대한 설명 및 기자회견 이후 사건의 진전에 대해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ELS, ELT란 무엇이며 왜 고위험자본인가? 먼저 ELS는 주가연계증권, ELT는 주가연계신탁이다. 돈을 은행에 맡겨 저축을 하면 그 돈에 대한 수익률은 시장의 이자율을 그대로 반영한다. 반면 이 ELS 종류의 상품은 기본적으로 ‘기초자산’인 특정한 어떤 주식의 주가의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것이다. 돈을 ELS에 투자하면서 기초자산을 S전자의 주가로 결정했다고 한다면, S전자의 주가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것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큰 변화 폭을 가지는 주가를 수익률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거의 주식과 같은 위험도를 지니고 있다.
주식보다 더 위험 할 수 있는 ELS 재단 측은 기자회견에서 “만기가 2014년에 도래하기 때문에, 기다리면 원금 회수의 가능성이 있다”와 같은 말을 전했다. 이와 더불어 처음 손실금액 250억원에서 현재는 약 100억원의 손실로 손실액이 줄어든 상태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하지만 재단의 답변대로라면 만기일까지 남은 기간 동안 또 어떤 손실액의 변동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이렇듯 자산의 만기일이 정해져 있는 특성 때문에 ELS가 오히려 주식보다 더 높은 위험성을 가질 수 있다. 주식의 경우 어떤 주식을 사들인 후에 당분간 하락세이더라도 ‘언젠간 오르겠지’라는 기대에 의존해 몇 년간 기다릴 수 있다. 즉 이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바로 매도하거나 이익이 발생할 때까지 매도하지 않고 기다릴 수도 있다. 하지만 ELS의 경우에는 만기가 도래하면 바로 매도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전문가들은 주식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주식시장의 전망은 긍정적? 재단은 “주식시장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아, 원금회복의 가능성을 높은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정욱 교수는 “주식 시장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재단이 어디에 투자했는지 밝히지 않아 원금회복 및 이익을 얻을 수 있을 지 분석하는 것은 우리로선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손해를 본 상황에서 원금이 회복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누가 더 상황이 나빠 질 것이라 예상하겠나”며 재단의 태도를 비판했다. 더불어 재단이 투자한 상품에 대해 “원금을 잃지 않을 수 있는 ELS 상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위험성을 지닌) 종류에 투자해서 이미 원금 이하로 손해를 입어 놓고, 기다리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여기서 ‘원금을 잃지 않을 수 있는 ELS 상품’이란 말 그대로 최소한 원금은 보장해주는 ELS다. 수익률이 낮을지는 몰라도, 최소한 손실은 입지 않을 수 있다. 재단도 다른 원금을 보장할 수 있는 ELS 상품군을 몰랐을 리 없지만 결국 위험성이 높은 투자 상품에 투자를 한 것이다.
외국 명문 사립의 경우 재단 적립금은 전문회사가 담당 박정욱 교수는 “외국 명문 사립의 경우에는 재단 적립금 등을 전문 회사에게 맡겨 관리하도록 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교칙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재단은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지 않아 ‘절차를 무시하고 제대로 된 의논 없이 투자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재단 적립금 사용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보장받지 못할 바에는 몇 백 억 원의 적립금을 관리하는 데에 있어 보다 제대로 된 전문 회사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교수의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사건의 진전은 재단 측의 ‘감사보고서’ 공개 여부에 달려있다 기자회견 이후 총학생회장은 지난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와 같은 사건을 얘기하고, 직접 "재단의 부조리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사학법을 바꿀지 여부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또한 감사원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 ‘자산운영에 있어서 위법 등 재단 비리를 조사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으며, 최근 교과부에게 ‘조사 중’이라는 회신을 받았다고 한다. 11일(일) 열린 임시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는 교육권투쟁의 한 안건으로서 ‘재단에게 감사보고서 공개 요구’가 채택되기도 했다. 총학생회장은 “재단에서 회의록 별첨(감사보고서)을 공개하는 것을 자꾸 피하는 것을 보니, 경영대 신축 기금이 투자 자금에 포함되었다는 사실만큼, 혹은 더 큰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계속 공개를 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학우들을 모아 회의록 공개 요구 등에 관한 행동을 취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재단 측은 아직 묵무부답 한편 재단 측에서는 ‘회의록을 곧 공개하겠다’라는 말을 번복하며 며칠 전 총학생회 측에 ‘언제 그랬나’라는 답변을 보냈다고 한다. 또한 고려중앙학원 측에 대안을 물어본 결과 투자를 담당하는 부서나 이사진들이 매일 아침 회의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아직 대안이나 대책을 구체화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발표할 만한 사건의 진전이나 해명, 또는 대책 등은 아직 준비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학 살림을 담당하는 재정의 90% 이상은 등록금과 정부 보조금, 재단 전입금과 기부금 등으로 이루어진다. 해마다 재단 전입금과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학우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재단에서는 학교 교육에 투자할 금액을 늘리기는커녕 기부금까지 포함해 수백억 원의 손실을 낳은 돈놀음에 한창이었다. 해마다 높은 등록금으로 허덕이고 있는 학우들에게는 더없이 허탈한 소식이다. 더불어 학생들을 상대로 가르침을 제공하고 더 나은 명문 사학을 만들어야 할 재단에서 부도덕한 운영과 절차상에 있었던 문제점들을 되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이른바 ‘명문 사학 재단’의 이름에 스스로 먹칠을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사건이 알려지고 한 달이 지난 지금, 학내는 개강과 동시에 다른 학내 사안들로 여느 때보다 바쁜 시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재단의 사태 해결 과정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주체는 몇몇 언론이나 감시 기관들이 뿐만이 아니라 학우들 스스로이다. 교육의 질을 보장받아야 할 재단에게 '뒤통수'를 맞은 학우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에는 너무 이르다.
작성자: 김상윤 philip0502@korea.ac.kr |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7 16: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