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학생대표(?)자회의

기자들은 우리학교에 관심이 참 많은가 보다. 우리학교 커뮤니티 고파스에 들어가다가 전에 없던 ‘고함’이란 페이지를 볼 때면 새삼 그런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 내용을 바탕으로 “'불의' 참아도 '불익' 못 참는 고대생, 부끄럽다”라는 타이틀의 기사가 여러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했다. 기사 내용이 어떠했는지를 떠나서 과연 학생 대표자들의 50% 정도만 간신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회의가 고대생 전체의 ‘불익’을 판단해 줄 수 있을지 참 의문이다.

3월 11일, 임시전학대회가 소집됐다. 늘 그랬듯이 후배 한명이랑 노트북 두 대를 켜고 배터리 충전기를 연결한다. 그리고 미리 타이핑을 해놓는다. “임시전학대회 개회, 예정시각 11시보다 ( )시간가량 늦은 ( )시 개회됐다. 개회 최소 인원 43명보다 ()명 많은 (4 )명의 대의원이 참여했다"

이번 전학대회는 개회 예정 시각보다 ‘고작’ 한 시간이 지나서 시작했다. 이번 전학대회부터 총학생회에서 전학대회 지각과 출석률로 고연전 자리를 배팅한다더니 그게 사실인가보다.

이렇게 세간에서도 주목을 받는(결과적으론 받게 된) 전학대회가 대의원 46명과 함께 막을 올린다.

‘전체 학생 대표자? 회의’

물론, 3월 11일에 열린 임시전학대회는 대의원수가 (한때나마) 64명까지 올라갔었다. 하지만 2010년부터 참석했던, 아니 부장의 핍박에 시달려 참석해야만 했던 11번의 전학대회에서 개회할 때의 대의원 수와 폐회할 당시 대의원 숫자의 차이는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중간에 무산됐으면 모를까

몇 시간 기다리는 것은 사실 개인적으로 큰 문제는 아니다. 회의장에 아침부터 와서 자리를 지키다 못해 지친 몇몇 대의원들이라면 모르겠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출석률이다. 50%를 갓 넘는 출석률로 학생회를 꾸려나갈 학생회비를 예·결산 심의한다. ‘오마이뉴스’에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린 교육투쟁에 관한 안건 표결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5년 동안 출석률이 60%가 넘었던 전학대회는 2008년 상반기 전학대회와, 2010년 임시전학대회 뿐이다. 그마저도 2010년에 열렸던 임시전학대회는 43대 총학생회 소통시대의 ‘학생사찰’건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전학대회였다.

이렇게 낮은 출석률의 회의장을 ‘전체학생대표자회의’라고 부르기는 굉장히 민망하다. 학생 사회에 대한 일반 학생의 관심은 오래전부터 멀어져 왔다지만, 그 속 에서 대의원들의 대표의식마저 사라져가고 있다.

‘전학대회 자체의 문제’

참석 정족수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떠오르는 가장 1차원 적인 방법은 앞서 말했듯이 학생대표자들의 대표의식에 호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마 모르긴 몰라도, 총학생회장단 및 단과대 회장들이(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지난 10년간 애타게 호소해오지 않았을까?

대의원들의 대표자의식에 호소해 학생회를 이끌어 가기에는 어느 순간부터 분명 ‘한계’가 찾아왔다. 학생대표자들이 전학대회를 외면하는 이유에는 ‘전학대회’ 자체의 모순점도 반드시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학생대표자들의 전학대회 불참이 정당화 되지는 않는다.)

전학대회 형식상의 문제

(물론 학생사회를 100% 기성정치화 해서 이해하는 것이 옳지는 않지만) 우리학교 학생사회를 기성정치에 대입해 본다면 전학대회는 의회, 단과대 회장 및 과반 회장들은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정도로 해석하는 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2006년도에 애기능 동아리 연합회 회장을 맡았던 장세완(기계, 04)학우는 이 때 발생하는 전학대회 대의원 구성의 형식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장세완 씨는 (현실 가능하진 않지만, 아주 이상적으로 봤을 때) 단과대 및 과반 회장과 전학대회 대의원은 따로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회를 전학대회에 대입해 봤을 때, 현재 학내에서는 부산 시장이 국회의원까지 겸직하는 상황과 같다.

하지만 그는, 전학대회 대의원 선출 과정에서 ‘평등선거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현재는, 전학대회의 대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단과대 규모를 고려하지 않는다. 이런 평등선거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장세완 씨는 “개인적으론 이번에 논란이 됐던 미화노조·시간강사 조항 폐기 안건을 총투표에 부쳤을 때 전학대회와 같은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고 보며, 전학대회가 학내구성원의 결정을 왜곡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쓸데없는 안건이 많이 올라오는 문제 역시 지적대상이었다. 그는 누가 봐도 뻔한 이야기들을 안건에 올리기 보다는, 정말 전학대회에서 논의해야할 사항을 안건으로 상정해 학생대표자들의 출석률을 조금이나마 높이도록 유인책을 써야한다고 말한다.

전학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회칙개정특별위원회 역시 전학대회에서 학생회칙 개정을 몇 차례나 시도했었다. 2011년도 임시전학대회에서 3차례나 개정안을 올렸으나 모두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총학생회칙을 개정하려면 과반수 대의원이 아닌 2/3, 66%에 달하는 대의원이 모여야 하니 별로 놀랍지도 않다.) 회칙개정안에는 전학대회에 관련된 안건 역시 포함돼 있다.

회칙개정특별위원인 신강산(교육, 09)씨는 징계절차의 허술함에 대해 지적했다. 전학대회 에 대의원들이 오든 말든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뜻이다. 이번 총학생회에서는 자체적으로 대의원들의 출석, 지각 등을 기록하고 있지만 학생회칙 상 명시되어있는 부분은 아니다.

회칙개정위에서는 대의원들의 출석 및 지각의 기록을 의무화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뿐만 아니라 결석하는 대의원에 대해서는 사전에 허가서를 내거나, 나중에 결석계를 받는 조항도 있다. 그렇지 않는 대의원들은 대자보나 다른 수단을 통해 학우들에게 공고하고 징계를 받는다. 가장 심하게는 전학대회에서 정회원 자격을 박탈한다든지(한번 결석했다고 그러지는 않지만) 특정 기구에 대해서도 (예를 들면 특정 단과대에서 참석률이 현저하게 낮다던가)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신강산 씨는 “대의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올 수 있도록 개정된 회칙에는 전학대회 징계 조항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학생 대표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하여……’

총학생회 차원에서 생산적인 논의의 장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학내 커뮤니티에 대의원의 출석률을 공개한다. 또한 중앙운영위원회와 전학대회에서 대의원 지각, 출석률을 체크하여 고연전 자리를 배정하려 하기도 한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 고연전 자리 배팅이 이뤄져야만 하는 현실 자체가 서글프지만 고연전이 끝난 이후에는 참 암담하다.

50%를 맴도는 전학대회 출석률에 관해서 박종찬(식자경, 00) 총학생회장은 “전학대회에 참석하지 않았을 때, 일반 학우들로부터 이의가 제기되는 여론 형성의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회칙을 개정해야하는 다음 전학대회에는 결석 대의원의 명단을 대자보로 붙일 의향도 내비쳤다.

취재하는 과정에, 인터뷰 중에도 참 좋은 의견을 많이 들었다. 이후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총학생회장단이 언젠가는 ‘전학대회’의 모순점을 고치기 위해 아주 좋은 해결책을 들고 구원자처럼 나타날 수도 있다. 올해 총학생회 역시 ‘회칙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위 절차를 거치기 위해서는 노벨광장, 정대후문 등에 대자보가 붙을 것이다.

‘전학대회를 공고합니다’

그 땐, 내 후배 기자들이 노트북 두 대를 들고 무표정하게 전학대회장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성자 : 정우식, jws2530@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