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BC, KBS, YTN, 연합뉴스 등 많은 언론사들이, 그것도 동시에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공영방송사, 신문사들의 줄이은 파업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과연 대한민국 언론인들은 왜, 무엇을 위해 파업을 감행한 것일까. 방송사 파업 현장을 몸소 겪었을 박성호 MBC 기자회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뉴스투데이 앵커직에서도 해임되고, 해고 처분까지 받았다고 들었다. 해고 사유는 무엇이며 최근 근황은 어떤가?

노조 집행부가 아니기 때문에 파업을 주도한 이유로 해고된건 아니다. 해고 처분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진데, 먼저 보도 본부장과 보도국장 퇴진 불신임 투표를 주도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자들이 제작거부를 주도 했다는 것이다.

사실 파업중이라 해고가 됐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다른 조합원들과 비슷하게 생활하고 있다. 파업 집회에 참석한다던가. 다만 해고 된 이후로는 각종 인터뷰를 하거나 좌담회에 참여하는 일이 많아졌고 잡지나 신문에 글을 기고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KBS, YTN ,연합뉴스 등 요즘 언론사 파업이 줄을 잇고 있다.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이 언론사들이 동시에 파업하게 됐다고 생각하나?

MBC를 비롯해 KBS, YTN, 연합뉴스 등 이러한 매체들의 공통점은 사장 선임에 정부 개입 했다는 것이다. 해다우 언론사들은 낙하산 사장으로 각 매체의 보도기능이 망가지고 이것을 공통적으로 겪어왔다. 우리들 보도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정상 궤도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우리가 느낄 뿐 아니라 시청자들도 지적해 왔다.

각 언론사마다 내부적 저항은 있어 왔지만, 이제 소극적 저항은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 모두 있는, 공정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중요한 선거에서도 불공정한 보도가 계속된다면, 이건 방송사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나라 민주주의 전체에 해악을 끼치는 것이다. 불공정 보도행위에 항의하지 않는 것은 이를 방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파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것은 기자들의 양심과 이성이 비슷한 시기에 터져 나온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 정부 들어 언론에 대한 간섭의 구체적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일단 MBC만 놓고 보자면, 피디수첩의 광우병 쇠고기 관련 보도 이후부터 정부가 MBC를 제압해야겠다는 강박에 빠진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제작진을 체포하고, 방송사 취재 테이프를 압수수색 하겠다고 했다. 외국에서 오보를 정정 보도하거나 진상조사위원회 꾸리는 사례는 봤어도 제작진을 체포하고 테이프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처음 본다.

요즘 언론에 대해 정부가 압력을 행사한다는 건 군사정권 때처럼 눈에 보이는 보도지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인사를 통한 통제를 말하는 것이다. 김재철 사장은 말할 것도 없고, 퇴진을 요구 했던 보도본부장도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과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이다. 그 휘하에서 보도국의 중추부서인 편집1부, 정치부, 사회부의 부장 자리는 모두 특정 지역 출신들이 장악했다. 청와대 내곡동 사저 관련 보도의 경우 심지어 동아일보도 대통령이 명의 이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쓰는 마당에 우리 정치부는 청와대의 해명을 들어보니 의심할 것이 없다고 말했었다. 대학생들 반값등록금문제도 시위 현장에서 물리적 충돌 없으면 기사화 시키지 말라고 하기 일쑤다. 타 방송국에 비해 작년 엠비씨 보도량은 절반 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FTA가 통과된 날도 관련 기사에 대한 발제가 없었다. 김문수 도지사의 119 소방관 관등성명 논란 때도 기자들이 이에 대해 발제하자 ‘나이 60 먹은 김문수 도지사가 그정도 참았으면 대단한 것 아니냐’는 태도였다. 기자들이 기사를 송고하더라도 부장진이 편집회의에 가서는 발제 않는 식으로 이중플레이를 하며 게이트키핑이 이뤄진다. 

파업 직원들에 대해 해임이나 중징계 처분이 많다고 들었다. 사측의 대응은 어떠한가?

안타깝다. 일단 내가 이번 파업 들어 1호 해고였다. 어제 노조위원장과 사무처장을 합쳐서 4명이 해고된 상태다. 문화방송 창사 이래 파업 중에 해고한 적이 없었다. 보통 파업이 끝난 뒤 노조위원장 1명만 해고하는 게 관례였다. 사측에서 해고 남발하다보니 우스갯소리로 징계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났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해고라는 단어가 주는 위압감이나 무게감이 없어졌다. 

최근 민간사찰 문서에 언론사 사찰 관련 건도 포함됐다는 보도가 있다. 그동안 정부는 언론사 파업에 대해 단순 노사 관계라고 이야기 해왔는데. 정부의 침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의 대응은 책임회피라고 생각한다. 단순 노사관계를 가진 기업들이 아니라 공영방송들의 제작자들이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파업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다. 일각에선 야권과 연대했냐는 의혹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연 상식적으로 연대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PD와 기자가 몇 명인데, 만약 그랬다면 소문이라도 났을 것이다. 다들 낙하산 사장에 불만을 제시하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도시스템이 망가졌는지 사례도 제시하고 있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하는 정부의 태도는 무책임한 것이다. 이 문제를 갈수록 불리해질 뿐이니 회피하려는 것 아닌가 싶다.

기자나 앵커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었나.

지난해 아침뉴스인 ‘뉴스투데이’ 앵커를 했었는데 하루도 스튜디오에 홀가분한 맘으로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다른 신문이나 다른 방송에 나간 기사가 우리 방송에선 아무 말도 없던 적이 다반사였다. 어떻게 하면 지난 날 누락된 기사를 아침 뉴스에서도 살릴 수 있을까를 고민한 적도 많았고, 앵커멘트로 방향이 엉뚱한 기사를 바로잡으려고 애태운 적도 많았다. 내가 뉴스앵커인지 시민단체에서 뉴스 불공정보도를 감시하는 모니터 요원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앵커멘트 때문에 사측과 갈등도 많았다. 지난 6월 10일 등록금 투쟁떄는 6.10 항쟁의 24주년이라고 말했다가 대학생들을 선동하는 것이냐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인터넷 검색어 순위를 소개하는 코너에 나꼼수가 1위를 차지해 언급하면 왜 정치적 발언 하냐는 식이었다.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사소한 견제나 문제제기 많았다. 때로는 언성 높여 싸운 적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아침뉴스를 매일 하다간 병들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직업에 대해 회의감이 들 수도 있을텐데.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기자를 선비에 비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현실 정치체제나 사회 속에서, 누구에게도 예속되지 않고 한발 떨어져서 관찰 하되 정의를 밝히는 사람. 현실을 비판하는 데에 자기 안위 신경 쓰지 않고, 할 말은 꼭 하는 사람들이라고 대학생 시절부터 생각해 왔다. 물론 우리가 하는 일이 실제로 그에 부합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최대한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

분명 추천 할 만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지상파 방송과 종이신문의 시대는 끝났지만, 시민 저널리즘시대에 과거처럼 기자가 취재나 정보접근의 독점적 위치는 아니더라도 변화하는 시민들의 요구를 전통 매체에서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고 본다. 도전할 가치가 있는 직업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미 여야 모두 총선 이후 새 국회가 구성되면 공식적으로 이에 대해 국정조사 등 청문회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단 지켜볼 예정이다.

파업은 기약 없이 목표 이룰 때까지 계속 할 것이다. 이미 60일을 훨씬 넘어 신기록을 세웠다. 계산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된 듯 하다.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대학생들이 방송사 파업에 관심 가져줘서 감사하다. 지금까지도 젊은 층에서 많은 성원 해준 것처럼 많은 응원과 지지를 바란다. 이렇게 부탁 드린 만큼 우리가 방송 정상화 이후에 지금 ‘이렇게 해보겠습니다, 저렇게 해보겠습니다’ 하고 말빚 진 것을 떼먹지 않고 잘 갚아 갈 것이다. 공영방송의 사명감을 갖고 일하겠다. 우리의 언행이 일치하는지 지켜봐달라. 그리고 일치하지 않는다면 매섭게 비판해주길 바란다.

작성자 : 이슬, dew11@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