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교수 사건, 또다시 불거진 학내 성추행 사건인가 제 2의 정인철 교수 사건인가
교수 측과 지도제자 측의 엇갈린 주장으로 혼란 가중

지난해 우리 학교의 가장 큰 이슈는 의대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었다. 의대생 성추행 사건은 연일 언론에 오르내렸고, 우리학교의 이미지는 그 어느 때보다 크게 타격을 입었다. 충격적이었던 의대생 사건이 발생한 지 약 1년이 지난 지금, 학내가 또다시 성추행 사건으로 시끄럽다. 바로 'H교수 사건'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명확한 ‘성추행’ 사건으로 단정 짓기는 아직 이르다. H교수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신고 여성들과 H교수의 진술이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객관적인 판단과 상황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가 직접 H교수와 신고한 지도제자들을 찾아가 사건의 전말을 듣고 왔다.

▼사건의 전말은?

3월 20일, H교수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학내를 뒤덮었다. 우리 학교 대학원에서 한 교수가 지도 여제자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했을 뿐 아니라 금전적으로 착취했다는 것이다. 지도제자 A양과 B양은 이 날 오후 간담회를 열어 H교수의 파렴치한 행위를 낱낱이 고발했다. 이에 대학원 총학생회, 총학생회, 여학생 위원회 등 많은 학내 단체들이 연합해 피해여성들을 지지하는 행동을 펼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3월 26일, 민주광장에서 H교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문제는 이 자리에 H교수의 또 다른 제자와 관계자들이 나타나 "이 주장은 거짓말이다"라는 보도 자료를 뿌리면서 발생했다. H교수의 입장은 "자신은 오히려 피해자이고 피해여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지도제자들이 자신을 모함하고 있다"라는 것이었다. 이에 많은 언론에서 뿐만 아니라 학내 구성원들도 정확한 사실 파악에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양 측의 주요 주장은?

우선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지도제자 A양과 B양의 입장을 살펴보자.

- 지도제자 : H교수는 나(A양)를 지속적으로 성추행했을 뿐 아니라 금전적으로 착취했다. 또한 H교수와 다른 지도제자들은 지금 거짓진술로 나에게 2차 가해를 주고 있다. H교수가 성매매에 관한 기사나 여성의 몸매가 드러낸 사진을 포함한 메일을 보낸 증거가 나에게 있다, 또한 그는 “모텔에서 논문지도를 하자”, “내 지도학생만 아니었어도 어떻게 해봤을 텐데” 등 성희롱적 발언을 계속해왔다. 게다가 논문지도를 핑계로 나를 저녁에 밖으로 불러내어 식사와 술자리를 강요했다. 이 때 모든 비용은 다 지도제자들이 계산하게 했을 뿐 아니라 마음에 드는 노트북 모델명을 문자로 보내는 식으로 노트북 선물도 강요했다.

이에 대한 H교수 측의 입장은 한 마디로 “지금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상황이다”라는 것이었다. 그의 자세한 입장은 이러하다.

- H교수 : 이는 오히려 지도제자 A양과 B양이 나를 모함하기 위해 벌인 사건이다. 두 여성은 중국여행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녹음하는 등의 방법으로 나를 모함했다. 또한 A양은 나보다 연상일 뿐만 아니라 A양의 친지가 교수라 나랑 아는 사이인데 내가 어떻게 A양을 성추행하겠느냐. 오히려 성희롱은 내가 당했다. 이러한 어이없는 주장에 나 또한 맞제소할 계획이다. 또한 언론에서는 일방적으로 피해자의 주장만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이에 매우 통탄하고 있다.

이러한 H교수의 주장에 대해 A양과 대학원 총학생회, 여학생 위원회 등의 단체에서는 “명백한 2차 가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성의 나이가 많다고 성추행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선입견이고, 가해자가 이런 식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바꾸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교수와 지도제자 사이는 엄격한 수직적 권력관계 안에 있어 지도제자는 교수의 말을 거역하기 힘들다는 것이 A양의 입장이다.

▼지도제자로 들어와서 중국여행 전까지

우선 양 측은 작년 9월에 A양이 H교수의 지도제자로 들어오게 되었다는데 동의했다. 이는 A양의 예전 지도교수가 잠시 동안 교수직을 맡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A양이 H교수의 지도제자로 들어가게 된 경위부터 그 이후의 상황까지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 지도제자 : H 교수는 날 지도제자로 받기 위해 온갖 회유와 협박을 일삼았다. 나의 예전 교수가 아예 (교수직에서) 잘렸다는 식의 거짓소문을 퍼트리기도 했다. 또한 다른 지도교수들은 모두 안식년, 정년퇴임 등의 사유로 지도제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H교수의 지도제자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H교수의 지도제자로 들어오게 된 후 나는 교수에게 지속적으로 금전적 착취와 성추행을 당했다. 나는 H교수가 “영화 보러 가자”고 말한 문자와 자신이 원하는 노트북 기종 번호를 보낸 문자, 그리고 H교수가 보낸 노출이 심한 여성의 사진이 담긴 기사나 성적인 농담을 포함한 메일을 증거로 가지고 있다. 또한 H교수가 논문지도를 핑계로 불러내 식사와 술자리를 강요했을 때의 카드 내역서 또한 양성평등센터에 제출한 상황이다.

H교수 측은 이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 H교수 : 나는 처음부터 A양을 지도제자로 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A양을 다른 교수들이 모두 피해 내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나는 A양의 기존 지도교수가 이번 학기에 복직한 것이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또한 식사와 술자리, 선물 강요에 대해선 나는 한 번도 지도제자에게 강요한 적이 없다. 오히려 피해여성이 나를 유혹하기 위해 술자리를 만들었다. 또한 내가 피해여성과 주고받은 이메일이 총 168개인데 이 가운데 노골적으로 성적 내용이 담겨있는 메일은 하나도 없었다. 이러한 메일들은 다른 지도제자들과 지인들에게도 똑같이 보낸 메일이다. 어떤 학생은 내가 메일보내기를 중단하겠다고 하자 아쉬워하며 자신은 계속 보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 또한 모든 메일을 증거 자료로 가지고 있다. 피해자 측에서 증거로 제출한 여성의 노출이 심한 사진이 담긴 기사는 40대 몸짱 아줌마 보도 기사로 노골적 성적 내용이 아닌 건강에 관한 내용이었다.

▼모텔에서 논문지도?

한편 A양은 H교수가 “모텔에서 논문지도를 하자“고 했다고 밝혀 큰 충격을 줬다. 이에 대해 H교수는 ”사실 무근의 주장“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 H교수 : 나는 평소에도 호텔을 이용하면 이용했지 모텔을 이용하진 않는다. 그런 말을 한 적도 없지만 만약 내가 그런 말을 했다면 호텔의 회의실 같은 곳을 가자고 한 것일 거다. 또한 피해여성 측에서 내가 자꾸만 뇌물을 강요했다고 하는데 나는 뇌물 받고 논문을 통과시켜줄 정도로 허술하지 않다. 나는 공정하게 심사해 A양의 논문이 부족하기 때문에 통과시켜 주지 않은 것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A양은 H교수가 계속해서 말을 바꾸고 있다고 반박했다. 처음에는 “모텔에 가자고 주장은 했지만 가지 않았다”고 말했는데 이제는 아예 “모텔에 가자고 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또한 논문지도에 관해서 H교수는 논문지도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여행의 전모

한편 H교수와 A양의 논쟁에서 중국여행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2월 13일부터 4박 5일동안 H교수와 A양, B양이 함께 중국 시안으로 여행 갔던 것이 논쟁의 중심에 있다. 특히 H교수는 이 여행이 두 여성이 자신을 모함에 빠뜨리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한 여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H교수 : 나는 A양과 B양에게 여행을 전혀 강요하지 않았다. 메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나는 주변 지인과 지도제자들 약 30명 정도에게 중국여행을 제안했지만 그 중 가능한 사람이 A양과 B양 밖에 없었을 뿐이다. 또한 이후에 A양이 다른 학생의 험담을 하고 다닌 사실을 알게 되자 화가 나 여행을 취소하려고도 했었다. 이에 A양이 사과의 의미로 자신이 비용을 전부 부담할테니 여행을 같이 가달라고 부탁했고 그래서 나는 억지로 여행에 동참했을 뿐이다. 여행에 갔을 때 A양과 B양은 의도적으로 녹음을 시도했다. 그들은 녹음기를 켜놓은 상태에서 거짓눈물을 보이며 나에게 스킨십을 유도했다.

이에 대해 A양과 B양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했다.

- 지도제자 : 중국여행은 이미 지도제자들 사이에서 꼭 가야만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있었다. H교수가 여행계획을 1차, 2차, 3차로 다 세워놨기 때문에 어쨌든 한 번은 갈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나(A양)는 중국여행 전에 H교수의 부당한 처사를 다른 학생들에게 항의한 것이 교수 귀에 들어가 계속해서 무언의 압박과 집단 따돌림을 당했었다. 이 때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하혈을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학생들은 모두 시간이 되지 않자 나는 나를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녹음기를 가져갔던 것이다. 또한 H교수가 ‘거짓눈물’이라고 표현한 데에 대해 어이가 없을 뿐이다. 나는 여행 마지막 날 교수가 계속해서 논문 심사를 거절하거나 논문을 조롱하는 행동을 보이자 눈물을 흘린 것인데 이를 교수는 거짓눈물로 치부하고 있다. 나는 이때의 녹음자료를 전부 가지고 있고 조만간 이것을 전부 다 공개할 계획이다.

현재 사건은 양성평등센터와 교수윤리위원회에서 각각 조사 중에 있다. 조사가 끝나면 교원징계위원회로 사건이 넘어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교수의 징계가 결정된다. 현재 신고여성들이 양성평등센터에 사건을 제소한 지 1달이 되어가고 있다. 양성평등센터 측에서 “최대한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고여성들은 얼마 전에 발생한 중앙대 성추행 사건과 비교하며 학교 당국을 비판하고 있다. 한편 H교수 측에서는 자살을 택한 고 정인철 교수와 같은 전례를 다시는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무고함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사건 당사자들과 학내 구성원들 모두가 양성평등센터 측의 결정만을 바라보고 있다. 이미 신고여성들은 신원이 교수 측에 노출되어 2차 가해의 위험마저 느끼고 있는 상태다.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억측들로 피해자들이 고통 받기 이전에 학교 당국의 조속한 대응과 판단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작성자 최정민(dn4769@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