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들] '29초로 사람들을 움직여라', 29초 영화제 신성섭 사무국장을 만나고 오다.

우리가 흔히 ‘영화’ 라고 한다면 짧게는 한 시간 내지 두 시간 가량의 영상을 떠올릴 것이다. 이와 다르게 요즘은 짧은 분량 안에 깊은 메시지를 담는 단편 영화 또한 대세다. 보는 시간이 짧지만 더한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 매력적인 단편영화는 바쁜 사회와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컨텐츠이기도 하다. 이번 <기자가 만난 사람들> 에서는 국·내외적으로 수많은 단편영화제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딱 29초의 영화로 사람들을 웃고 울리게 해야 하는 영화제를 기획한 ‘29초 영화제’ 신성섭 사무국장을 만나봤다.

Q. 29초 영화제란?

A. 이제 막 3회째 맞이한 영화제로 1년에 한 번씩 하는 본 영화제와 매 달 개최하는 ‘먼슬리영화제’가 있다. 먼슬리영화제는 365일 열려있는 영화제를 하자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었고 말 그대로 29초의 제한이 있는 영상을 공모하는 영화제다.

Q. 29초로 정한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A. 스마트 기기들이 보급되면서 짧은 컨텐츠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존의 영화가 ‘소설’이라고 본다면 29초는 ‘시’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29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임팩트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Q. 29초 영화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A. 미국에는 ‘익스트림 숏’ 이라고 하는 5초 영화제가 있는데 신선하고 재미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최소한 30초 정도의 분량이 마련되어야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9초의 의미라고 한다면 장르의 붕괴, 형식의 붕괴라고 볼 수 있다. 장르나 형식적으로 cf, 영화, 뮤직비디오의 경계가 없는 상황에서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장 임팩트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 29초라고 생각된다. 또 영상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29초의 압축이 어렵지만 일반인들은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도전할 기회인 것 같다.

Q. 29초 영화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원래는 신문사에서 영상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소셜커머스 시대에 영상에 관련한 재미있는 것을 기획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 생각으로 출발하다가 부서장님과의 식사 중 아이디어를 내게 됐고 그 자리에서 바로 기획해서 지금 이렇게 영화제를 시작하게 됐다. 시작하게 된 계기라고 해서 꼭 거창하거나 멋있는 스토리는 없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성공할 것인지에 대해 주변인들의 걱정도 많았다. 그에 비해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출품작도 매회 약 2000편이 넘었다. 영화제에 사활을 걸고 밀어붙인 결과, 전화위복이 됐다고 생각한다.

Q. 29초 영화제를 기획하면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의미가 있었던 일은 수상소감에서 많은 분들이 “영상 일을 접으려고 했는데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됐다”고 하신다. 실제로 수상하신 어떤 분은 뉴욕 필름 아카데미에 다시 입학하기도 했다. 이런 점을 보면서 우리 영화제가 굉장한 자극제가 되고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느낄 때가 의미있었다. 또 출품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29초의 영화로 만들었을 때 많은 네티즌이나 심사위원들이 공감을 얻어냈다고 뿌듯해할 때 나도 뿌듯했다.

Q. 인상 깊었던 출품작은?

A. 현재까지 7000편 가량의 출품작이 있는데 모두 다 기억 날 정도로 하나하나 봤다. 그 중 현대 자동차와의 콜라보레이션에서 캐나다에서 보내온 영상이 있었다. 실제로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만난 스토리를 제작해서 출품했는데 매우 리얼리티가 있었다. 이런 식으로 진심과 리얼리티가 담긴 영상이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Q. 29초 영화제의 향후 발전 방향?

A. 요즘 단편영화가 대세다. 이는 스마트폰 영향이 큰 것 같다. 사람들 자체가 짧은 컨텐츠를 선호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 ‘초’라는 단위를 적극 사용해서 290초 단편영화제 등을 준비하고 싶다. 다음 해에는 박카스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영화제를 하면서 굉장히 규모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 외국인들의 출품작들도 많은데 그에 맞춰 나라별 페이지를 준비하고 글로벌한 영화제가 되기 위해 힘을 쏟을 것이다. 29초는 누구나 정말 쉽게 찍을 수 있는 차별성이 있다. 영화제라고 해서 영화를 만져본 사람만이 참여하는 것이 아닌 모든 남녀노소 불구하고 나라와 인종까지도 불문하는 영화제가 되기를 바란다.

‘29초 영상제‘는 많은 스폰서들이 주목하는 영화제고 해외의 관심에 부응하기도 하는 만큼 글로벌한 영화제로의 발전이 기대된다. 초단편영화제에 대해 생소했던 사람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단편 영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영화제작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직접 참여해보는 건 어떨까.

심지윤 기자(jiyoon604@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