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시도는 긍정적, 총학만의 목소리는 부족

대다수 학우들은 이제 곧 있을 기말고사를 끝으로 2013년 1학기 학교생활을 마친다. 각 학우마다 한 학기를 만족스럽게, 반대로 불만족스럽게 보낸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학기를 어떻게 보냈느냐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한 학기를 보낼 때마다 자신이 잘한 것, 그리고 잘못한 것을 곱씹는 과정이 더 나은 다음 학기를 보내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에는 동의할 것이다.

“일 잘했던” 45대 총학생회를 이어 고대공감대의 이름으로 2013년을 시작한 46대 총학생회는 상반기를 어떻게 보냈을까? 한 학기 동안 이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네 명의 단과대 학생회장(이동철 법대 학생회장, 강민구 의예과 학생회장, 문과대 학생회장, 김경진 정경대 학생회장 이하 법대, 의예과, 문대, 정대)과 이야기를 나누어봤다. 이번에 잘 못한 점은 보완하고, 잘한 점은 발전시키는 다음 학기를 위해서.

학생회장들과의 소통 부분 - “소통의 의지는 보여줬지만 논의에 치열함 결여”

기자 :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바쁜 시간을 내어주신 법대, 의예과, 문과대, 정경대 학생회장에게 감사를 전한다.

참석해주신 네 분은 모두 단과대 학생회장이면서 중앙운영위원(이하 중운위원)이라 매주 총학생회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중앙운영위원회(각 단과대 학생회장과 총학생회장, 동아리연합회 회장들이 일주일에 한 번 씩 모이는 의결기구, 이하 중운위)에서 보여준 총학생회의 전반적인 리더십은 어땠는가?

법대 : 매년 3월마다 학생회가 교육투쟁을 진행하는데, 학생회에 처음 진입한 회장들은 “왜 교육투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 집행부들이 각 단과대 운영위원회를 찾아다니며 설명을 했던 일이 있다. 이 일을 겪고 나서 총학생회가 확실히 적극적으로 소통하려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예과 : 대체로 사안을 다룰 때 갈등이나 싸움보단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려는 노력이 보인다. 중운위때 보면 말하는 중간에 총학히 나서서 정리도 해주고,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방향을 조금씩 제시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건 “누구의 책임”이기보다 “우리의 책임” 혹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많았다.

문대 : 의예과 회장이 말한 것과 같은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 점은 좋으면서도 아쉬운 점이다. 작년에는 긴 시간 회의하면서도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중운위원들이 다양한 안건을 가져온 탓도 있고, 작년 총학생회가 정치적인 소신이 뚜렷한 탓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 총학생회는 “적당한” 입장 이상은 표현하지 않는 듯 보인다.

기자 : ‘그러다가 나올 이야기도 안 나온다?’는 지적 같은데.

문대 : 그보다 사안에 대한 한 입장이 확고하면 반대 입장을 비롯한 다양한 의견이 나올텐데 중간적 의견이 지배적이다보니 “이 정도면”하는 분위기가 총학생회와 중운위원들에게 퍼지는 것 같아 아쉽다.

정대 : 4.18과 같은 큰 사업에서도 공식적인 평가보단, 이런 안건이 나왔다고 각 단위별로 보고만 하다 보니 뒤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느낌이었다.

의예과 : 중운위에서 언젠가부터 토론과 논쟁이 사라졌다. 안건 자체가 논쟁이 될 부분이 없던 것도 있지만 회의 분위기 자체가 이를 꺼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도 좋은데 그 방식도 한 번쯤 고민해보는 게 어떨까한다.

학우들과의 소통 부분 - “온라인에 치우친 경향"

기자 : 단과대와의 소통도 중요한데, 실제로 대의체계만으로 반영하기 어려운 학우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단과대뿐만 아니라 학우 한 명 한 명과 논의할 수 있는 통로도 있어야 하는데 이는 현재 온라인에 치중돼있는 것 아닌가?

법대 : 올해 총학생회는 고파스를 잘 안하고 페이스북을 많이 한다. 페이스북은 실명이니 소위 나쁜 말을 못한다. 댓글도 보면 대부분 칭찬 일색이다. 고파스는 차라리 익명으로 드러나니 훨씬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데. 속기록이나 공고도 유저들이 잘 안보는 학생회 게시판에다 올린다. 오프라인 소통이 필요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를 따지기 이전에 지금하고 있는 온라인 소통도 미흡한 점이 많다.

의예과 : 총학생회장님이 과반 학생회에 직접 오셔서 얼굴만 비춰주셔도 과반 학생 입장에선 소통한다고 느끼고 실제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법대 :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페이스북 하는 것도 아니고, 고대생이라고 전부 고파스를 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학우들의 의견은 누가 표현해주나? 이들을 위한 통로를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자 : 지금 총학생회가 주로 이용하고 있는 사이트가 모든 학우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말인데, 그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오프라인 체계는 어떤 방식이 있을까?

의대 : 학생회 단위에서 수합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으니 동아리나 소모임을 체계적으로 묶어 네트워크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정대 : 정대는 화장실에 학우들이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게 해놓았다. 지나치게 솔직해서 상처받을 때도 많은데 그 속에서 경각심을 느끼고 반성도 많이 한다. 과반이나 단과대는 단위가 비교적 작아 오프라인으로 쉽게 여론을 수렴할 수 있다. 총학생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개별 단과대 학생회에 요청해서 여론 수렴하는 방식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온라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비교적 소극적인 학우도 학생사회에 관심을 갖게 하고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는 장을 조성하는 것도 총학생회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정책과 공약 부분 - 적극성 부족 vs 유의미한 시도 많았다  

기자 : 소통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온 듯하다. 그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번 학기 총학생회가 보여준 정책과 공약도 한 번 따져보자. 우선 등록금 문제와 교육투쟁부터. 한대련 탈퇴 후에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에 들어간 건 올해가 처음이다. “1퍼센트”라는 인하수치에 한대련 탈퇴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법대 : 반값등록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이것과 한대련 탈퇴에 별 연관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의예과 : 등심위 자체만 놓고 본다면 큰 연관이 없지만, 작년 우리학교가 탈퇴하는 등 한대련 자체가 약화되면서 등록금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조성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한대련이 이 같은 몫을 담당했기에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질 수 있었다.

문대 : 등심위도 중요하지만 학교 밖 움직임도 중요했다. 한대련을 탈퇴했으면 충분히 이를 보완할 대안이 있어야한다. 그것이 대학간의 연대체가 아닐지라도. 등록금은 학교와 학생의 지지가 있어야 학교를 제대로 상대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고 구색만 맞췄다.

정대 :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등심위 자체만 놓고 보면 총학생회는 협상, 집회, 기자회견 전략 등에서 충분히 잘했다. 하지만 아쉬운 건 등심위 이후에 이어나간 활동이다.

기자 : 등심위 협상과 준비 과정을 취재해다가 총학생회가 구체적인 시나리오와 몇 개의 안까지 꼼꼼하게 짜고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준비과정은 충분했던 것 같은데, 그 이후의 활동이라면 교육투쟁인가?

정대 : 그렇다. 가장 화가 났던 점이 총궐기를 하는 날에 민주광장에서 갤럭시 프로모션을 하고 있더라. 총학생회에게 가서 따졌더니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법대 : 하지만 이번에 준비하는 교육투쟁을 준비하고 실천하면서 유의미한 시도도 많았다. 각 단과대 앞에서 서명도 받고 다람쥐길 스토리보드 등 충분히 학우들의 이목을 끌만한 노력을 했다. 비록 가시적 성과는 적지만 앞으로 조금씩 바뀔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문대 : 철거민 대책회의나 시간강사 대책회의 등의 활동을 할 때는 총학생회 집행부가 유독 소극적으로 임한다는 생각이다. 그냥 회의에 참가 수준이지 어떤 움직임을 만들어나가지는 않는다. 함께 지지투쟁을 하겠다고 내세운 학생회인데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실무적인 부분, 입장 표명에만 그치지 않고.

법대 : 맞다. 안수용 할머니 사안에 대한 경우 정대가 주도하고 총학생회는 서포트, 시간강사 사안에서도 총학은 서포트, 교양독어 사태의 경우에도 문과대 비대위원장이 나서고 총학은 서포트하는 식이었다. 학내 구성원과 단위들이 잘하고 있으니 총학은 보조만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의예과 : 총학생회가 나왔을 때 표방했던 학생회가 “학우 의견을 바탕으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내겠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시간강사 문제의 경우 총학생회도 지지하겠다고 이미 결정한 사안인 만큼 좀 더 적극적으로 학우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총학생회가 내세웠던 기조에도 좀 더 맞지 않나 싶다.

정대 :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중운위에서 매번 안건들이 올라왔을 때마다 논의하고, 나름의 이유와 논리를 들어가며 지지의사를 밝히고 참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