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정보공시를 아시나요?

지난달 고려대 재단인 고려중앙학원이 원금 손실 위험이 큰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신탁(ELT)에 투자했다 100억 원대의 손실을 입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는 총학생회가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밝혀졌다. 그런데 이사회 회의록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반드시 공개돼야 하므로, 이 정보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었다. 실제 누리집에 올라온 572차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감사는 법인이 유동성 현금자산의 대부분(81.7%)을 원금 손실 위험이 큰 고위험자산(ELS, ELT)에 투자했는데 2011.10.4 기준으로 그 손실이 50.64%에 이르고…’, ‘고위험성 자산에 투자하면서 이사회의 심의나 의결이 없었고 또 이사회에 그 규모와 위험성을 보고한 바 없고 오히려 위험이 낮은 투자인 것처럼 왜곡 보고…’라는 말이 나온다. 고대생이 아니더라도 클릭 한 번으로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클릭 한 번으로 알 수 있는 학교 정보는 이 뿐만이 아니다. 2008년부터 시행된 ‘교육관련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시작된 ‘대학정보공시제’로 대학은 취업률, 교원확보율, 신입생 충원율뿐, 등록금 산정근거, 장학금 수혜현황뿐 아니라 예·결산, 적립금·기부금 현황 등 대학과 법인의 재정상황까지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에서 ‘고려대학교’를 검색하거나, 고려대학교 누리집(www.korea.ac.kr) 사이트맵에서 ‘현황 및 규정’ 메뉴를 찾으면 된다.

이 정보들을 살펴보면 고려대의 2010년 한 해 누적 적립금이 2424억1642만3000원이라는 것, 이 중 44%가 학교 건축에 쓰일 ‘임의 건축 기금’이고 장학 기금은 12.1%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기숙사 수용률이 2009년 8.9%에서 2011년 6.7%로 감소했다는 것, 학생 1인당 도서구입비도 2009년 23만9800원에서 2011년 21만5200원으로 줄어들었다는 것도 확인된다. 등록금 산정근거와 예산을 해당년도 결산과 비교하는 ‘수고로움’을 거치면, 내가 낸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정보가 공개돼도 보는 이가 없다면 이 정보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우리는 자신이 합리적인 사람이길 바라고 믿는다. 물건을 살 때 더 싼 곳을 찾기 위해 여러 가게를 비교하는 것은 합리적인 행위다. 주식투자 하거나 적금 가입 때도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내한다. 내 돈이 드니까, 나는 합리적이니까. 그런데 우리는 자신이 낸 돈으로 운영되는 대학에 대해선 그 합리성과 수고로움을 유난히 아낀다. 고려대를 선택한 이유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진 않을 테지만, 적어도 내가 낸 돈으로 운영되는 학교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정도는 확인해봐야 하지 않을까? 꼭 돈이 아니더라도, 내가 속한 공동체가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합리적으로 판단해봐야 하지 않을까?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대학의 정보를 수요자 관점에서 제공하여, 수요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학교 교육에 대한 참여와 교육행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함.’ 고려대 누리집에 나온 대학공시의 목적이다.

김민경
한겨레 사회부 기자



(기사원문 고대신문 1691호 3월 19일 자 http://www.kukey.com/news/articleView.html?idxno=17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