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는 국민을 섬겨야 합니다
- 엉뚱한 사과방송과 피디수첩 제작진 중징계에 부쳐-



최근 대법원은 지난 2008년 4월 문화방송의 피디수첩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방송에 대해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애초에 허위사실 유포를 통한 명예훼손의 근거로 제시된 사실에 대해 형사1심에서는 허위가 아닌 진실로 판단했고, 형사2심에서는 정부의 정책결정은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므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언론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의 입장은 뚜렷했습니다. “정부나 국가기과의 정책결정은 국민들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이는 언론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에만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그러나 의아스러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대법원의 무죄 판결이 나자, 문화방송은 피디수첩이 잘못된 내용을 보도하여 저널리즘의 기본을 간과했다는 사과성명을 주요일간지와 뉴스방송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무죄 취지의 판결에 대하여 굳이 사과성명을 내지 않아도 되는 일에, ‘저널리즘의 기본’ 운운하며 사과한 것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 사과할 일이란 말입니까? 문화방송의 사과방송만 보면 마치 유죄 판결이 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과방송의 대상이 되었던 보도내용은 이번 대법원 판결의 판단 대상조차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역설합니다. “복잡한 사실관계를 알기 쉽도록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사실관계를 압축, 강조하더라도 전체적 맥락에서 보도내용의 핵심내용이 진실에 합치한다면 그 보도의 진실은 인정된다.”
게다가 문화방송은 무죄 판결을 받은 피디수첩의 제작진에게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감봉, 정직 등 시사프로그램의 제작진에게는 보기 드문 중징계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문화방송 노동조합과 언론인들은 징계에 외압이 작용했을 혐의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문화방송의 이해할 수 없는 사과방송과 제작진에 대한 중징계는 사법부에서 무죄로 인정한 내용조차도 정부와 국가기관의 눈치를 보며 굴욕적으로 인정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을 수행해야 할 언론, 그것도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공영방송으로서 정부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스스로 검열하고 비판 언론에 대한 정치권력의 간섭과 외압에 대해서는 어떤 비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 문화방송의 사장이 이명박 정부에 의해 ‘낙하산’으로 임용되어 직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억지 인사로 임명된 김재철이라는 사실도 이러한 혐의를 더하고 있습니다. 문화방송사 스스로 국가권력에 대한 감시기능을 제약하고 그 주인인 국민을 배신한다면 언론이기를 포기했다는 낙인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그간의 실책과 소통하지 않는 국정운영으로 인해 정부여당과 야권, 시민사회의 전방위에서 내분과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민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불통 국가권력의 눈치를 보며 시민의 눈과 귀를 호도하는 문화방송은 제대로 된 사과방송을 내어야 합니다. 비판 언론을 제약하려는 정치권력과 검찰에 대한 비판 성명부터 내는 것이 진정 국민과 시청자를 섬기는 길일 것입니다.


시대를 꿰뚫는 청년의 눈빛
제44대 호안정대 학생회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6 20:3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