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 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 새 공지사항이 등록되었습니다. 시험기간 동안 열람실 사용자가 많으니 졸업생의 열람실 이용을 10월 14~21일 동안 제한한다는 내용이었지요. 저는 이 소식을 한 졸업생 선배님을 통해 들었습니다. 선배님은 중등교원 임용고시 1차 시험이 10월 22일인데 그 직전 일주일 동안 열람실을 쓰지 못하면 어떡하냐고 하소연하셨습니다.
중앙도서관 측의 졸업생 열람실 이용 제한은 명백히 잘못된 조처였습니다. 물론 시험기간마다 열람실이 부족하여 학생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열람실 자리가 모자라면 학습 공간을 확충해야지 사용하고 있는 학생들을 쫓아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시험기간에 서관 강의실을 24시간 개방하는 문과대가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졸업생의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재학생과 졸업생 사이에 갈등을 조장할 수도 있으며, 재학생에게 '내가 졸업한 후엔 어떻게 될까' 하는 불안감을 안겨줍니다. 또한 중앙도서관, 중앙광장, 백주년기념관 등 열람실 모두 졸업생 이용을 금지하는 큰 결정에 있어, 임용고시 같은 중요한 국가고시 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사범대생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 부족한 처사입니다. 학생들에 대해 학교 당국이 평소에 그다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씁쓸했습니다. 때문에 재학생도 중앙도서관 측의 결정을 반기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저에게 '학생회에서 도서관에 뭐라고 해야 되는 것 아니냐. 학생회에서 계획이 없다면 나 개인으로라도 관장님을 뵙고 싶다.'고 말한 재학생 학우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의견이 잘 수렴되지 않는 점도 안타까웠습니다.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저는 바로 대처에 들어갔습니다. 중앙도서관장님에게 항의와 공지 철회 요구를 전하고 사범대 학사지원부에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졸업생과 재학생의 연대와 빠른 행동이 필요했지요. 연락을 주신 졸업생 선배님에게 주변에 함께 행동할 졸업생 선배님들을 모아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동시에 저는 투쟁위를 통해 알게 된 과 학생회장/대표들에게 연락하여 함께 행동할 것을 호소했습니다. 
10월 13일 오후 2시, 사범대 학사지원부에 공문을 제출하고 중앙도서관장님을 만나기 위해 저와 졸업생 선배님 세 분이 중앙도서관에 갔습니다. 그러나 관장님은 개인 일정으로 인해 부재중이셔서 차장님과 면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차장님께 중앙도서관 조처의 문제점과 학우들의 의견을 전했습니다. 차장님은 '재학생을 위한 마음에 관장님이 단순한 계산으로 졸업생이 일주일만 양보하게 하자고 제안하신 거다. 다른 뜻은 없었다. 임용고시 시험이 가까운 줄 몰랐다. 알았다면 그렇게 조처하지 않도록 관장님을 좀 더 말렸을 것이다. 미안하다.' 라는 내용으로 대답하셨습니다. 그러나 열람실 이용 제한 여부는 관장님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며 다음날 오전 10시경에 관장님과 면담을 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저희는 차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도서관을 나왔습니다.
10월 14일 오전 10시 반, 저, 지리교육과 학생회장님, 영어교육과 대표님, 재학생 학우 한 분과 졸업생 선배님 세 분이 다시 중앙도서관을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관장님은 여전히 부재중이셨습니다. 도서관 교직원 사이의 의사소통이 미흡함을 크게 느꼈습니다. 결국 저희는 다시 한 번 차장님과 면담을 하며 이 조처가 졸업생에게 큰 타격을 준다는 점, 재학생도 이 조처를 많이 환영하지 않는다는 점, 열람실 이용을 제한하기보다 학습 공간을 늘려달라는 점을 다시 말씀드렸습니다. 차장님은 '학생들의 의견을 잘 알겠다, 관장님에게 전달하겠다.' 고 약속해주셨고요. 그리고 그날 오후 5시 경, '졸업생의 이용 자제를 부탁한다. 하지만 임용고시 1차 시험이 있는 점 등으로 인해 이용 제한은 해제한다.'는 내용의 공지가 게재되었습니다.
열람실 이용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데에 잘못된 방법이 이용될 뻔한 이번 조처는 졸업생과 재학생의 발빠른 연대와 행동으로 해결되었습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많은 학생들에게는 갑작스런 학습환경 변화라는 부담을 주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칫 재학생과 졸업생 간에 열람실을 놓고 분열이 생길 뻔한 것을 막은 것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학생의 권리가 위험해질 때 우리는 다 같이 힘을 합쳐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졸업생 열람실 이용 제한 문제의 해결은 우리의 권리를 우리 스스로가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앞으로의 문제까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차장님은 '기말고사 때는 충분히 논의하고 진행하겠다' 는 내용의 말씀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학습 공간에 대한 권리가 위험해질 때 우리 다시 한 번 움직입시다. 공부하느라 바쁘셨을 텐데 함께 해주신 졸업생 선배님들, 함께 행동해주신 학우분들과 신속하게 협조해주신 중앙도서관 교직원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제24대 국어교육과 학생회장 윤주양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5 04:05:41: